저희 아버지는 상세 불명의 뇌염으로 인해 혼돈 장애와 보행 장애를 겪고 계십니다.
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인 저는 갑작스러운 질병 앞에서 일상이 멈추고,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혼란 속에 있습니다.
때로 저마저 알아보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간병하며, 보호자라는 이름 아래 마주하는 시간은 낯설고 무겁게 느껴 집니다.
불과 한달 전에는 뇌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었지만 뇌염 환자의 보호자로 살게 된 것에 대한 당혹감은 제 존재 자체를 작아지게 만듭니다.
어떠한 예고나 동의도 없이 닥친 삶의 대대적인 시련 앞에서 마음이 한 없이 시렵기만 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.
그런 저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신 유경미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.
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째 되던 날, 선생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빵 세 묶음을 제게 건네주셨습니다.
처음에는 감사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채 멍하니 받았지만, 반나절쯤 지나서야 그것이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주신 선물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.
(그때 마침 PMS 시기였던 터라, 진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.)
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생애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제게, 그 빵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.
아버지를 돌보느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저를 헤아려 주셨다는 선생님의 마음은 제게 분명한 위로로 다가 왔습니다.
의료진은 아니지만 저 또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, 천편일률적인 배경과 같았을 저라는 존재를 선생님께서 어떻게 그렇게 세심히 들여다 보셨던 건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.
왜 교대할 다른 보호자가 마땅히 없냐고 사정을 묻지 않으셨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말씀은 늘어놓지 않으셨습니다.
그래서 유경미 선생님께서 베풀어 주셨던 호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게 제 안에 각인이 되나 봅니다.
또, 공용 샤워실 이용 문제로 곤란해하던 순간(샤워실이 잠겨 있다거나 제가 미리 예약한 시간을 타인이 임의로 사용하는 등의 문제), 도움을 구하지 않았음에도 제 표정만 보시고도 상황을 파악/해결책을 알려주셨던 일, 그리고 아버지의 소변줄 관리와 위생 관리에 대해 세심히 안내해 주셨던 일도 잊지 못할 감사의 순간들입니다.
유경미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지지와 진심 어린 도움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떠올라 제 삶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 같습니다.
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운 순간들이 많지만,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따뜻한 지지와 위로를 기반으로 이 시간을 단단하게 견뎌내고자 합니다.
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.